‘조건없는 공무원연금 지키기- 왜 중요하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 현장토론회
“양보론에 맞서 효과적인 반박이 필요하다”
작성자: 임미영(공무원노조 조합원, 노동자연대 회원)
11월 14일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회의실에서 ‘조건없는 공무원연금 지키기- 왜 중요하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수도권 지역 현장활동가들이 공동 발의해 개최했다.
토론회 제안자이자 발제자였던 박천석 동지는 “11월 1일 총궐기를 거치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은 활동가들이 정부 주최의 국민포럼을 5차례나 무산시켰다” 하며 11월 1일 총궐기 이후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의 사기가 높아진 점을 높이 평가했다.
공무원, 교사 노동자들이 12만 명이나 모여 연금 개악에 대한 분노를 모아내자 정부 여당 안에서조차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공무원연금 개악을 막으려면 “하루 행동의 날 이상으로 투쟁을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 하고 주장했다.
양보론 비판
박천석 동지는 투쟁 수위를 높이려면 공투본 내 일부 지도자들과 진보진영 일각에서 주장하는 양보론을 효과적으로 반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겨레신문>이 “노조가 끄덕인” 안이라고 소개한 연세대 김진수 교수의 ‘개혁안’을 비판했다. 김진수 교수안은 “하박상박이며 모든 공무원의 연금을 대폭 삭감하는 안이고, 새누리당안보다 연금 삭감폭이 더 크다”며 또 다른 개악안이라고 지적했다. 즉, 공무원노조가 동의해 줄 수 있는 연금개혁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김진수 교수안을 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이 긍정적이라고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노조가 김진수 교수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11월 17일 김진수 교수를 초청해 국회토론회까지 개최한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는 김진수 교수안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만약 새정치연합도 새누리당과 큰 차이가 없는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내놓으면 이들이 포함된 사회적 협의체가 구성되도 사실상 공무원 노동자들이 ‘얼마나 양보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박천석 동지의 주장처럼 “사회적 협의체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정당화하는 구실만 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발제자는 “2004년 파업으로 노무현 정부의 연금개악을 막았던 것처럼, 공무원노조는 지난 7월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인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위해 각종 양보론을 반박하며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높여야 하고 조합원들의 분노를 모아 본부별, 지부별 결의대회 등 투쟁력을 높이며 파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향평준화
한편, 또 다른 발제자였던 박철준 동지는 “박근혜 정부는 공적연금의 기능을 파괴하여 사적연금으로 대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재벌기업의 돈벌이 황금어장을 만들겠다는 정책의 첫 관문으로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려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 여당의 연금개악안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야 합의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새정치연합도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의 야합을 경계했다. 따라서 노조 지도부가 “당면 투쟁의 수위와 방법을 제한하거나 가두지 말고 조합원을 믿고 선언적 의미가 아닌 실질적 총파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동지의 발제 이후 참가한 조합원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지부 간부인 한 참가자는 “노조 지도부가 11월 1일 총궐기 조직하느라 고생한 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도부가 노조도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는 식의 수세적인 방식이 아니라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공세적으로 주장했으면 한다. 조합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적연금 강화 주장만으로 부족하다. 연금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주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가자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싸울 수 없다. 구체적인 근거를 내세워 연금 삭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하고 주장했다. 공투본이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분명히 하라는 요구였다.
또, 한 동지는 양보를 전제로 한 “사회적 협의체를 제기하는 것은 투쟁의 하향평준화”라며 비판했다.
“노조 공식기구[노조 지도부]가 연금개악안 처리가 연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속에 “11월 1일의 분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고 노조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이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다른 법안과 연계해 새누리당과 연내 합의 처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노조 지도부는 ‘연내 처리 불가능’이라는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긴장감 있게 대응해야 한다.
한 동지는 “전교조는 11월 1일 총궐기에 3천 명 밖에 안왔다고 하지만 그 날을 계기로 연가투쟁 계획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난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실행하기 위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며 노조 지도부의 신속한 투쟁 계획을 촉구했다.
여러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동지는 “지역에서 이런 토론의 자리가 있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현재 조직의 역량을 잘 봐야 한다. 파업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현장은 녹록치 않다” 하며 이견을 내놓기도 했다.
대체로 참가자들은 각종 양보론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갖고 당당하게 주장해야 조합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적극 공감했다. 또, 이충재 위원장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김진수 교수안을 긍정적으로 본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끝으로 발제자였던 박철준 동지는 “지역에서 선전과 교육을 해보니 반응이 좋았다. 민주노총 조합원부터 설득하고 대국민 선전도 강화해 가자”며 폭넓은 연대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금개악안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여러 경우의 수를 갖고 파업까지 할 수 있는 전술 고민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천석 동지는 “민주노총 위원장 직선제를 활용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연금 개악의 쟁점을 선전”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또, “새정치연합에 기대거나 각종 양보론의 위험성을 현장 조합원들과 충분히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 각종 양보론에 효과적인 반박을 통해 “조합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높여 ‘삭감 없는’ 공무원연금 지키기를 위해 파업까지 준비하자”고 했다.
* 참가자들은 뒤풀이를 함께 하며 이날 토론회를 경기, 인천 등 전국에서 추진해보기로 했습니다. 토론회가 확정되면 노조 자유게시판에 공지할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조합원들의 참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