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단체행동권 없는 ‘공무원노조 특별법’은
‘공무원노조 탄압법’이다!
1. 정부와 여당은 최근 당정협의회를 열고, 6급 이하 공무원들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주되 단체행동권은 금지하는 내용의 공무원노조법안을 올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여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또 공무원노조의 교섭대상을 임금 및 복지와 근무조건으로 한정하여 정책결정이나 인사문제는 교섭대상에서 제외했으며, 노조전임자에 대한 보수도 무급으로 하기로 하였다.
2. 그러나 노동관계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기 위한 얄팍한 꼼수에 불과하다. 이는 곧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 라는 미명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이며,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유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직권중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사용자 측을 일방적으로 두둔해 왔으며, 불합리한 법조항을 들어 수많은 파업현장을 초토화하다시피 해 왔다. 그런 정부가 마치 ‘객관적인 제삼자’라도 되는 것처럼 ‘국민의 편의’를 앞세워 공무원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3. 지난 1999년 ‘특별법’에 의해 합법화된 우리 전교조는 그 동안 단체행동권이 없는 노동조합이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뼈저리게 절감해 왔다. 아무런 압력수단도 없이 사용자의 성실한 교섭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립학교의 경우 합법화 이후 5년 동안 단 한 차례의 단체교섭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결국 노동2권만 허용하는 ‘특별법’은 사실상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선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노동자들에게 또다시 ‘특별법’을 만들어 노동2권만 허용하겠다는 것은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여전히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무원노조에 노동2권만 허용할 경우 이것은 모든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앞으로 단체교섭 회피나 지연, 단체협약 이행을 둘러싸고 공무원사회 전체가 끝없는 대립과 갈등의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4.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단지 공무원의 권리회복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억눌려왔던 국민의 기본권 회복이라는 큰 의미를 가진다. 또 과거 군사정부 시절 공무원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이용해 온 비민주적 관행과 결별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우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공무원노동자들이 정부의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3권을 요구해 온 것은 이 같은 역사적 사명감과 열정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노동자들의 인식을 따라가기는커녕, 거꾸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기 위해 비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인 밀실야합이나 일삼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5. 더욱이 조합원 13만의 공무원노조가 엄연한 실체로 존재하는데도, 정부와 여당이 당사자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지금이 ‘날치기통과’를 밥 먹듯 해치우던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당사자와 협의도 없이 졸속으로 법안을 만들어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노동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특별법 제정을 강행한다면 공무원노동자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공무원노조가 이미 천명했듯이 ‘무기한 총파업’ 등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는 것 역시 시간문제다.
6.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특별법 제정’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이와 관련해서 벌어지는 모든 사태의 책임 또한 정부와 여당이 져야 한다. 아울러 우리 전교조는 공무원과 교원의 완전한 노동3권 확보를 위해 공무원노조와 강력히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며, ‘특별법’으로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려는 비열한 시도에 맞서, 앞으로 ‘교원노조특별법’ 철폐운동을 강력히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끝.
2004년 08월 25일
전 국 교 직 원 노 동 조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