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행동권 뺀 '공무원 노조법' 논란
우리당 "공무원노조 합법화는 큰 진전"...노동계는 반발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최경준(235jun) 기자
▲ 김대환 노동부장관(오른쪽)과 허성관 행자부장관이 23일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단체행동권 제한 등을 담은 공무원노조법 처리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04 연합뉴스 양현택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3일 6급 이하 공무원에 대해 단체행동권(파업권)을 제외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공무원노조법안'을 9월 정기국회 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 법안은 공표 후 발효까지 1년을 유예기간으로 두고 있어 빠르면 내년 연말께 시행될 예정이다.
당정은 또 현행 퇴직금제를 전환해 만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제를 2006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홍재형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 김대환 노동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회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동계가 완전한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한 데 이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단체행동권' 허용 등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또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반대가 예상돼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홍 의장은 "일반 노조는 직장폐쇄를 할 수 있지만 정부는 직장폐쇄를 할 수 없고, 쟁의행위를 할 경우 국가 행정력이 정지되는 사태가 온다"면서 "정부안대로 쟁의행위는 금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된다는 것은 큰 진전"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목희 제4정조위원장은 전공노의 파업 방침과 관련 "정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표명이 있었다"고 전제한 뒤, "공무원노조법은 거의 선진국 수준이기 때문에 법안이 만들어지면 압도적 다수의 공무원들이 납득하고 수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공무원법 등 '공무원 의무' 내세워 정치활동 금지
정부가 지난해 5월 마련한 공무원노조법안에 대해 당시 관련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당정이 합의한 공무원노조법안의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노동조합법의 특별법으로 제정된 이 법안은 공무원에 대한 노동기본권 가운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단체협약체결권 포함)은 보장했지만,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한 단체행동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공무원의 노조 활동 중 정치활동을 불허했다. 국가공무원법 등 다른 법령상 공무원의 의무에 반한다는 것이 이유다.
노조의 가입범위는 일반직 6급 이하와 이에 상당하는 별정직·계약직과 기능직·고용직 공무원으로 하되 군인이나 경찰, 소방, 외교관 등 특정직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섭대상은 예산·법령·인사권 행사 등 정책사안에 관한 부분은 제외하고, 보수와 복지 그 밖의 근무조건으로 제한했다. 공무원노조 전임자는 일반 노조와는 달리 '무급'이다.
법안은 또 공무원의 정당한 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형벌 규정을 적용하지는 않기로 했다. 노조의 설립 단위는 최소한 국회, 헌법재판소, 선관위, 행정부, 특별시·광역시·도, 시·군·구, 특별시와 광역시·도의 교육청 등이며, 각 기관의 장을 정부 교섭대표로 규정했다.
퇴직연금제 2006년 도입키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은 현 퇴직금제와 함께 노사간 합의를 전제로 연금 급여가 사전에 확정되는 '확정급여형'과 적립금의 운용수익에 따라 운용되는 '확정기여형' 중 연금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퇴직연금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은 근로자가 퇴직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대신 퇴직연금계좌에 계속 적립할 수 있도록 해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원 취지에 부합하도록 했으며 특히 확정기여형의 경우 투신·증권 등 제2금융권의 적립금 운용참여를 허용했다. 퇴직연금제의 적용을 받는 종업원 5명 이상 기업의 1년 이상 근속 근로자는 약 600여만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퇴직연금제에 대해 노동계는 퇴직금의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경영계는 기업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각각 반대하고 있어, 이 법안 역시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다음은 당정협의회 직후 홍재형 의장 등의 결과 브리핑에 대한 일문일답 요지이다.
"퇴직연금법은 기업·노동단체 모두 반대"
홍재형 정책위의장 "결론은 간단하다. 공무원노조법과 관련해서 현재 공무원들이 직장협의회를 구성해서 활동하고 있고, 건의도 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게 합법적인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고 갈등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번 국회에 (정부가)제출할 공무원노조법에 대해 당정간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두 번째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제도에 대해서도 기존의 퇴직금제도를 선택적으로 병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앞으로 고령화시대에 대비해서 근로자들의 노후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법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봄으로써 당정협의를 마쳤다. 두 법안 다 정부안을 지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인가?
홍재형 정책위의장 "그렇다.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위해 정부가 제출을 할 것이다."
- 정부안대로 처리한다는 것인가?
홍재형 정책위의장 "정부안대로 의견일치를 봤다. 다만 상임위에서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골격에 대해 완전한 합의를 했다. 예를 들면 쟁의행위 금지 등의 기본 골격을 합의했다."
- 통과가 되도 1년 뒤에 시행되게 되는데, 파업권 등에 대한 재논의 여지가 있는가?
이목희 제4정조위원장 "법안의 시행을 1년 유예하는 것은 일부러 늦게 노동기본권 주자는 것이 아니라 실무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공무원노조라는 것은 건국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우리가 주40시간 시행하면서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노조대상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여러 가지 실무준비를 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시면 좋겠다. 그 사이에 개정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 파업권을 주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데?
이목희 제4정조위원장 "정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표명이 있었다. 저는 우리나라의 공무원 노조법은 거의 선진국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보다 선진화된 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교원노조 수준, 어떤 점에서는 그 보다 더 앞서 있는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이 법안이 만들어지면 압도적 다수의 공무원들이 납득하고 수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재형 정책위의장 "그 문제에 관해서 일반 노조와의 차별성 문제가 나왔는데, 일반 노조는 직장 폐쇄를 할 수 있지 않나? 정부는 직장폐쇄를 할 수 없는 문제도 있고, 그리고 노조 가입대상자가 전국 공무원(일반직)의 90%이다. 거기서 쟁의행위를 할 경우 국가 행정력이 정지되는 사태가 온다. 그런 사태를 오게 할 수 없다. 공무원들은 신분보장이 되어 있는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정부안대로 쟁의행위는 금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된다는 것은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 모든 단체행동에 대해 금지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쟁의발생에 대해서만 그런 것인지?
홍재형 정책위의장 "공무원노조법은 노동관계법의 특별법이다. 여기서 규정되지 않는 사항은 공무원법의 규정을 받는다. 그래서 연가투쟁 같은 것을 한다면 그것은 공무원법에 따라 해당부처에서 조치를 할 것이다."
- 복수노조가 허용되는가?
홍재형 정책위의장 "그렇다. 지금도 설립단위에서는 복수노조가 허용되지 않지만 상급단체에서는 허용된다. 그러나 교섭창구는 단일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행자부 장관과 중앙부처 공무원노조가 협상을 할 때, 2∼3개 노조가 있다고 하면 교섭창구가 단일화 됐을 때만 교섭을 할 수가 있다."
- 퇴직연금법은 기업에서도 반대하고 노동단체도 반대하고, 열린우리당도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갑자기 정부안대로 선회한 배경은?
이목희 제4정조위원장 "사실 퇴직연금법은 노사 일부의 반대가 있다. 각기 이유는 좀 다르다. 예를 들면 노동자의 경우는 노사가 합의해서 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 노조가 없거나 소규모 기업에서는 사장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다른 하나는 주식 같은 것에 많이 투자해서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행령 등에 노사합의가 제대로 되었을 때 하도록 규정하기로 했다. 그 다음 주식투자 등에 대해서는 연금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이 있다. 확정급여형은 받을 퇴직연금이 정해져 있고 그 연금에 따라서 기업주가 돈을 내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기업주가 운영을 한다. 확정기여형은 기업주가 내는 돈은 정해져 있고 퇴직연금의 운용은 근로자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확정급여형의 경우 퇴직금이 확정되어 있으면 주식에 투자되어도 문제가 없지 않겠나? 물론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부분에 제한이 있다. 확정 기여형의 경우는 근로자가 퇴직연금 기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기우라고 생각한다. 사용자들의 경우에는 현재 퇴직금을 정립하게 되어 있으나 실제로 적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현재 당장 이것을 외부에 적립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도산하는 경우 근로자가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가 있었다. 기업주들도 한꺼번에 주기보다 조금씩 주는 것이 기업의 건전한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당론으로 보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당론 수렴과정이 필요한 것인가?
홍재형 정책위의장 "당정협의를 마쳤기 때문에 당론이 된 것이다. 일부 의원들의 반론이 있으면 정책의총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다. 현재로서는 잠정적으로 당론을 확정했다고 보시면 된다."
2004/08/23 오후 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