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진청 간부직원 일괄사표 제출 안팎 >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인사 혁신을 통해 우리 농업과 농촌에 뚜렷한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27일 농촌진흥청 문헌팔 차장을 비롯한 본청 간부 직원과 소속 기관장 등 179명이 신임 손정수 청장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새로 부임한 기관의 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몇몇 간부가 사표를 제출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전체 2천여명 직원의 10%에 달하는 간부직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은 공직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일괄 사표를 제출한 간부들은 "조직내 불화를 해소하고 조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으며 신임 청장의 개혁적인 인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부직원 일괄 사표의 이면에는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간부들', '일은 하지 않으면서 불평 불만만 토로하는 직원들'로 표현되는 해묵은 농진청내 계층간 갈등과 반목이 자리잡고 있다.
갈등과 반목은 지난 5월 농진청이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참여를 배제한 채 직급 개선 방안 용역을 발표하면서 폭발했다.
공직협은 지난해 12월 농진청과 공직협이 맺은 '농진청 개혁을 위한 공동합의문'에 위배된다며 발표회를 저지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공직협을 비하하는 간부 직원의 발언이 이어져 농진청내 직원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결국 농진청 본청 앞에서 이달초 공직협 회원들이 연좌 농성을 벌이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졌고 전임 김영욱 청장은 비하 발언 간부 직원을 직위해제하고 불법 행위를 한 공직협 직원들은 징계위에 회부하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했다.
그러나 상하 직원간의 불협화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농촌과 농업을 위한 조직이 아닌 직원 자신만을 위한 조직이라는 사회적인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일괄 사표는 간부 직원들의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의식과 인사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신임 청장의 의지가 맞아 떨어지면서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농진청에서는 이번 사표로 대대적인 물갈이 인적 쇄신이 불가피해 최소 30% 정도의 간부 직원이 옷을 벗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 청장은 "대내외적인 여론을 수렴해 나이나 근무연한이 아닌 능력 위주로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라며 "인사 쇄신의 여건을 마련해준 간부 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일괄 사표와 대대적인 인사 혁신이 과연 농진청이 조직 목표로 내세운 국민과 농업인을 위한 봉사로 이어질지 쌀 등 각종 농산물 개방 압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농업인과 안전한 먹거리를 기대하는 국민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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