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칼럼] 민노총 탈퇴, ‘어렵고도 먼 여정’ 이젠 달라져야 한다
최영열 편집국장
노조가 노조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린 채 존속을 원한다면 변질된 것으로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된다.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수순을 밟아야만 또 다시 재기할 수도 있다.
안동시청공무원노조가 민노총과 전공노를 탈퇴한다고 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방지보다도 중앙지가 더욱 나서 ‘단독 뉴스’로 보도할 정도인 것을 보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안동시청공무원노조가 상급노조(민노총·전공노) 탈퇴를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전공노(전국공무원노조)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가진 공무원 신분임에도 (노조 활동을 통해) 정치 개입을 일삼는 것은 물론 특정 정당의 하수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공노의 최근 주장들을 살펴보면 ‘윤석열 정권 퇴진’과 ‘사드 배치 반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정치 구호들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할 공무원 신분의 노조원이 결코 집단적 의사 표명을 통해 주장할 수 있는 주제들이 아니다. 정치를 선택하든지 공직을 선택하든지 양단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안동시청공무원노조의 전공노(민노총) 탈퇴 추진 계획이 알려진 탓인지 민노총은 사건 발생 전인 지난 11일 회의를 소집하며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이들은 회의를 통해 정부가 노조 규약 중 산별노동조합의 내부 통제권을 불법으로 매도함은 물론 하부조직의 집단탈퇴 규제를 담은 노조 규정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부분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정부가 산별노조에 대해 상급노조들이 그동안 행사해 왔던 ‘권한정지’와 ‘징계’ 등을 불법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결정이므로 상급노조(민노총·전공노)가 거부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법원은 “산하 개별 노조의 최고 결정권은 민노총 등 연맹체 상위기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노조 조합원 총회에 있으며, 개별 노조 총회에서 선임된 임원과 대의원들에 대한 연맹체 상위기관의 해임권·제명권 집행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개별 노조 조합원 총회의 권한을 인정해 준 것이다.
따라서 안동시청공무원노조가 오는 30~31일 시행하려는 민노총(전공노) 탈퇴 찬반을 묻는 투표를 민노총(전공노)이 저지하고자 16일 선제적으로 내린 유철환 안동시청공무원노조 지부장에 대한 권한 정지 명령은 효력이 없는 지시가 된다.
이는 2개월 전에 있었던 포스코노조의 민노총(금속노조) 탈퇴가 좋은 본보기가 된다. 포스코노조는 3번의 시도 끝에 결국 민노총을 탈퇴할 수 있었다. 당시 마지막 탈퇴 투표를 앞두고 민노총이 포스코지회 임원들에게 제명 처분을 내려 총회 소집권을 상실케 했다. 이에 해당 임원들이 법원에 ‘제명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 법원이 인용(받아들여) 탈퇴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노조는 지난 2018년 민노총(금속노조) 가입 5년만인 2023년 6월 13일 특정 집단의 하부조직 형태가 아닌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며 기업노조인 ‘포스코자주노동조합’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민노총은 노동조합이 헌법과 법률, 노동규약을 통해 조직 운영이 자주적으로 이뤄지는 조직이라 행정관청의 개입은 최소화 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산별노조에 대한 통제와 규제, 인사조치, 징계는 거침없었다.
게다가 조합원의 대다수 의사에 따른 ‘집단탈퇴’마저 규제하고자 주동자에 대해 권한을 사전 박탈·정지시켜 집단탈퇴를 방해해 왔다.
노조가 노동자들의 자율적인 조직인 만큼 법원의 판결처럼 산별노조 조합원의 의사 및 총회의 결정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조합원들의 뜻에 반해 임원들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총회 소집을 반(反)조직행위라고 단죄하는 것은 노조가 민주적 조직체임을 부정하는 꼴이다. 민주적 결사체인 노조는 가입이 자유롭듯 탈퇴마저도 자유로워야 마땅하다.
따라서 산별노조는 상급노조의 하위조직이 아니며, 하수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은 더더욱 아니다. 민주적 질서에 따른 노동자의 권리와 삶의 질 향상,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제일로 하는 조직체이다.
제대로 된 노동개혁이 이번 정권 내 조속히 이뤄져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