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정정훈 지부장 (경북지역본부 청송군지부)
그냥 만나면 해맑은 웃음을 가진 개구쟁이 같고, 투쟁의 현장에 서면 투사가 되고, 조합원과 함께할 때면 옆집 형님 같은 사람, 직장협의회의 편한 길을 내팽개치고 노동조합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당찬 사람, 그럼에도 오십 평생 가장 잘 한 일이 ‘노동조합을 만난 것’이라 단언하는 멋진 사람, 청송군직협 10기 회장으로 시작해 이제는 당당한 공무원노조 청송군지부 1기 지부장으로 거듭난 정정훈. 그를 만나 공무원노조 1년을 맞는 소회를 함께 나눠봤다. 정정훈 지부장은 올해로 28년차 공무원이다. 부모님과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공무원이 됐지만, 사실 오래 다닐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을 하고보니, 좋은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한 번 결정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 이때도 한 몫을 했다. 그는 2006년부터 직협 활동에 관심을 가져 공무원노조가 주최한 연금개악저지 상경투쟁에도 여러 번 함께했다. 활동의 시작이 이미 공무원노조와 맥을 함께 하고 있는 걸 보면 한 식구가 된 것은 필연인가 보다. 2008년부터는 대외협력차장을 맡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경북 지역 다른 직협과 개별노조, 공무원노조와 공노총 할 것 없이 활동을 통해 두루두루 친분을 쌓으며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사실 자체적인 복리후생에만 집중한다면 직협 활동만으로도 얻을 것은 많았다. 군 집행부에 요구하면 필요한 사항은 수렴해 주었고 크게 불편함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단체교섭을 하거나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개선요구 등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직협은 힘이 없었다. 노동조합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던 청송군직협은 2020년 12월 드디어 조합원 총의를 묻게 되는데, 결과는 92.7% 투표에 87.8% 찬성. 절대다수가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공감했던 것. 그 힘을 바탕으로 정정훈은 10기 회장이 된 지 3개월만인 2021년 3월부터 노조전환준비위를 구성하고 공무원노조와 공노총을 놓고 두 차례 교육을 진행했다. 애초에 개별노조로 가는 선택지는 없었기에 상급단체를 어떻게 둘 것인지가 중요했다. 직협은 시기별로 대의원대회를 열어 경과를 보고하고, 공무원노조와 공노총 비교표까지 만들어 조합원과 공유했다.
상급단체 결정투표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대의원들이 직협 운영위원 33명의 투표제안을 해 왔다. 사실 정정훈은 공무원노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지만, 크게 자신이 없었단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 29대 4로 공무원노조 가입에 몰표가 쏟아졌다. 이 결과는 이후 조합원 총투표에서도 71%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나타났고, 이로써 정정훈은 지난해 여름 수개월 흘린 땀의 결실로 공무원노조의 ‘지부장’으로 거듭났다. 지부장이 된 정정훈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빠졌다.
청송군지부는 운영위원 조직체계가 탄탄하다. 노동조합 전환 1년, 직협 당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도 몇 차례 지나갔다. 정정훈은 서울집회, 경북본부 조직사업에 본연의 업무까지 쉴 새 없이 뛰었지만, 사실 피곤함을 모른다.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한 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 조합원이 믿어주고 기다려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 상급단체 가입결정을 앞두고 “조합비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자존감을 찾아주는 조직을 원한다”는 청년간부들의 말에 눈물이 났다는 정정훈은 진심을 다해 오늘도 전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