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17일 첫 기자회견 ‘인적 쇄신’ 꺼낼까 … 우상호 “뚜껑 여니 너무 준비 안 돼”
▲ 대통령실
25점.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는 데 여당을 이끌며 힘을 보탰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매긴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성적표다. 지난 1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윤 대통령 지지율 수치이기도 하다.
17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을 맞는다. <매일노동뉴스>가 16일 주요 숫자로 윤석열 정부의 지난 100일을 돌아봤다.
평점 25점
100일도 안 돼 지지율 20%대 폭락
이준석 대표는 지난 1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25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호남에서의 9, 그리고 젊은 세대에서, 30~40대에서 13, 11 뭐 이런 숫자”라며 “60대도 돌아서고 70대에서 40 나와서 버티는 게 뭔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구성과 함께 사실상 대표직에서 쫓겨난 이 대표가 외부에서 ‘윤핵관’을 직격하는 등 ‘권력다툼’ 중이다.
윤 대통령 최근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이 대표가 언급한 한국갤럽 기준으로 보면 지난 5월 둘째 주(5월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윤 대통령 취임 첫 주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률은 52%에서 출발했다. 가장 최근인 8월 둘째 주(8월9~11일) 조사에서는 25%로 27%포인트나 급락했다. 부정률은 같은 기간 37%에서 66%로 29%포인트 치솟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도 높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22명에게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 전망 부정률은 51.0%로 긍정률(32.5%)을 훨씬 웃돌았다. 위태롭게 서 있는 윤 대통령 현실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세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4명 낙마
내각 미완성, ‘비선정치’ 악몽 깨워
이 같은 지지율 하락 배경 중 하나는 인사 논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도록 내각을 완성하지 못했다.
4명. 낙마한 장관 후보자 숫자다. 김인철 후보자 낙마 뒤 지명돼 인사청문회도 없이 임명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34일 만인 지난 8일 사퇴했다.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재확산하고 있음에도 ‘과학방역’을 지휘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호영·김승희 후보자 잇단 낙마 이후 공석이다. 공정거래위원장도 송옥렬 후보자가 지난달 10일 사퇴 뒤 후임을 구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11명, 인사청문회 없이 2명을 각각 임명했다.
윤 대통령 부부를 포함해 대통령실이 ‘사적 채용’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의 외가 6촌, 대통령 부인의 회사 직원 2명, 문재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 앞 시위 주도 보수 유튜버의 누나, 대통령 강원도 지인(2명)의 아들(2명) 등이 거론됐다.
검찰 편중 인사도 논란 거리다. 장관 4명, 차관 5명이 검찰 출신이다. 성비위 논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간첩조작 논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검찰 출신 6명이 대통령실에서 근무한다. 특히 검찰 출신 이원모 인사비서관 배우자 신아무개씨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수행차 동행한 것은 ‘비선정치’ 악몽을 스스로 불렀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35번의 외침
모든 정신은 ‘자유민주주의’로 흐른다?
자유. 윤 대통령이 가장 사랑하는 단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모두 33번 사용했다. 취임사에서는 35번 썼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는 13번,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6번을 되풀이했다. 매번 가장 많이 썼다는 수식어가 붙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재건하고”(취임사),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5·18민주화운동 기념사), “공산세력의 침략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령들”(현충일 추념사), “(우리의 독립운동은) 자유를 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는 것”(광복절 경축사)에서 잘 구현된다.
5월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자유’라는 단어를 딱 한 번 사용했지만 핵심적으로 쓰였다. 그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저는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가 오월 정신이고 독립운동 정신이며 의회주의라는 등식이 형성된다.
자유민주주의를 중심에 둔 윤 대통령의 세계관은 남북관계·외교관계에서 고스란히 발현됐다. 미국·나토와의 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한 한편에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로 나타나 외교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반면 사회·정치·경제를 둘러싼 갈등은 더 심화하고 있는데도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강조했던 단어인 ‘통합’은 정작 취임 뒤 각종 연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200만원 vs 7천억원
‘손배·가압류’ 다시 뇌관으로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다. 20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원을 손에 쥐는 하청노동자를 향해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직접 파업 중단을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과 국무회의 등에서 여러 차례 ‘법과 원칙’을 무기로 강경대응을 요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노사협상 타결 사흘 전 경찰특공대 투입을 검토한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다.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노조와 노동자 대상 손배·가압류 논란도 부각됐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이 7천억원이라고 주장하는 원청사는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으면 경영진이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손배·가압류 제기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런 논리는 파업 과정 중 기업 임원 출신들이 많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보여 온 모습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재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지역·업종 구분에 진심임을 보여줬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형식을 빌려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대형마트 의무휴무 중단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중복투표 논란으로 중단했지만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지는 않았다. 마트 노동자와 소상공인 반발을 부르는 등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증폭하고 있는 모양새다.
92시간
장시간 노동으로 퇴행하는 노동현장
92시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개편이 이뤄진다면 한 주에 일하게 되는 시간이다. 노동부가 지난 6월 노사 당사자 합의로 1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근로기준법을 월 단위로 개정하는 내용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한 주 최대 92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게 되는 등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무력화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우리 사회를 퇴행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지난달 18일 발족하고 의견을 모아 10월 최종 권고안을 낸다는 계획이다. 재계가 줄기차게 개정을 요구해 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부가 전문가 TF를 통해 시행령 개정으로 손보게 될 전망이다.
‘0.’윤석열 정부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보여주는 수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언급하기에 앞서 사회적 대화를 작동해야 함에도 그런 기미는 없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문성현 위원장이 해촉된 뒤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100일을 맞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제1 야당의 점수는 야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윤석열 정권 100일 평가 토론회’에서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성적표는 초라해 보인다”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까 너무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기자회견을 한다. 이 자리에서 ‘인적 쇄신’을 비롯해 새로운 국정운영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