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공무원 노동계가 국회의 연금개혁특위 발족에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공직사회도 “이번에도 우리에게만 불리한 개혁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여야가 구성한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자신들을 배제한 채 공무원에게 불리한 연금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공무원연맹·25일)을 비롯,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26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26일),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26일) 등 소속이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성명이나 입장문 발표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연금개혁특위에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노총은 이를 위해 사회적 기구의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2015년의 안 좋은 기억 소환
이처럼 공무원 노동계가 이구동성으로 당사자 참여를 주장하는 것은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알려면 지난 2015년 5월 국민대타협기구가 추진한 연금개혁을 소환할 필요가 있다.
당시 여야와 정부, 민간전문위원, 공무원단체가 참여해 국민소득 대체율을 50%로 높이고, 공무원연금 개시연령 상향 등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나온 재정절감분 20%를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투입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그 합의에는 공무원연금 개시연령 상향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소득공백을 해소한다는 약속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1962년생부터 퇴직하고도 공무원연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공백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정년을 연장하거나 아니면 소득공백을 해소할 다른 대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손 놓고 있다가 소득공백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위 민간자문위는 말 그대로 자문위일 뿐
공직사회는 자신들이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마련한 안마저 지켜지지 못하는 마당에 연금개혁특위가 자신들을 배제한 채 개혁안을 만든다면 공무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 연금개혁특위는 산하에 민간자문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자문위는 참고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 국민의 노후 생존권이 달린 연금 개혁 문제에 당사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빠져 있다”는 주장이다.
공무원에게 연금 문제는 1년간 적용할 임금인상률은 저리 가라 할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박봉에도 노후에 공무원연금 하나 믿고 공직생활을 이어왔는데 공무원연금에 손을 대 이를 훼손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게 공직사회의 주장이다.
“재정적 측면만 보지 말고 노후보장 측면 봐라”
정부세종청사 중앙부처의 한 고참 서기관은 “2015년 연금개혁으로 손해 본 게 몇 억원인데 한번 속지 두 번 속지는 않는다”면서 “이런 학습효과가 있는데 다시 공무원 연금에 손을 댄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노동계는 소속을 가리지 않고 연대해 결사항전에 나설 조짐이다. 지금은 성명이나 입장문을 내고 있지만, 집회나 천막농성 등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걸리는 것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비교하는 국민 정서다.
이에 따라 이들은 연금개혁을 재정적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노후 보장 측면에서 보라고 주문한다. 마이너스의 개혁안 대신 플러스 개혁안을 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연금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많이 걷어서 적게 주는 것’이다.
공직사회 불신부터 걷어내는 게 급선무
이 과정에서 공무원연금만 상대적으로 더 많이 걷어서 적게 받는 개혁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공직사회는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정치권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연금개혁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연금개혁 열차는 이미 출발한 것이다.
이에 대한 각 주체의 극렬한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재정안정성과 노후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한 퇴직 이사관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들 사이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불신’을 걷어내는 게 급선무다”며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면 불신을 해소하기보다는 밀어붙이기로 흐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