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친재벌·반노동 정책’을 전면화했다며 이런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7·2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52시간제 무력화’를 골자로 한 노동정책 추진 방향 발표와 물가폭등 속에 진행되고 있는 내년 적용 최저임금 논의와 맞물리면서 이번 전국노동자대회 참여 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가파르게 올라간 물가, 급등하고 있는 유가와 금리, 이 모든 것이 노동자들과 국민들의 삶을 도탄에 빠트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며 “그런데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할 정부는 연일 어떻게 하면 기업의 규제를 완화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기업의 이윤을 더 많이 보장할 것인지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노동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받으라’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 위원장은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시점에 이 정부의 눈에는 재벌과 대기업만 보이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어”며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플랫폼 특수고용직으로 더 어렵게 살라고 하고, 재벌은 각종 특혜로 배불리게 하겠다는 정부에 맞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양 위원장은 이번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해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이후로 가장 큰 규모의 투쟁이 될 것”이라며 “전국에서 6만 명의 노동자가 상경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유례없는 현장의 분노가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 민생과 노동자 문제 외면한다면 임기 초 정권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이정식 장관은 ‘노동시장이 이중화됐다’, ‘플랫폼 노동이 늘어났다’, ‘장시간 노동이 여전하다’고 말했다”며 “현 정부의 노동시장 진단은 민주노총의 인식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화의 가장 좋은 해결책인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또 플랫폼 노동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 이들을 보호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플랫폼 기업에 고용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 정책에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만 있을 뿐 기업의 책임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대한민국은 여전히 OECD 국가에 비해 노동시간이 긴 과로사회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유연근로제를 확대하겠다고 이야기한다”며 “이번주에 80시간 이상 일하고 다음주에 40시간 일하면 과연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하는 ‘워라벨’이 되는 것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하나씩 거론될 때마다 투쟁 결의 조직(전국노동조합 참가를 결정한 노동조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 윤석열 정부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노동계와 대화하며 노동정책을 다시 설계할 것인가, 집권 초부터 노동자들에 의해 노동정책을 저지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제 공은 윤석열 정부에 넘어갔다”고 경고했다.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도 현장 공무원들의 분노를 전하면서 “오늘부터 공무원보수위원회가 열려 내년도 공무원 인상률을 논의한다. 공무원 보수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무직 노동자, 민간노동자 보수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지금의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공무원 보수 인상을 주요 요구안을 두고 전국노동자대회 투쟁에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민주일반연맹의 강동화 수석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정책에 따른 피해가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으로 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윤석열 정부에 대항하는 투쟁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한 만큼 공공부문 노동자들도 대거 결합할 것으로 보인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 무능’이 문제라면서”공공기관 구조조정으로 헛발질을 할 게 아니라, 공공성을 더 강화하고 진짜 사장인 정부가 공공부문 교섭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물가폭등, 경제위기의 시기에 노동자 임금과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함께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줄 실효성 있는 물가대책 수립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공공성 강화와 사회보험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차별 없는 노동권 보장, 불평등의 근원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에 정부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 집회 신고에 모두 금지 통고를 한 상태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집회를 예정대로 열겠다는 방침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경찰에 수차례 걸쳐서 집회 신고를 했다. 불허가 날 때마다 여러 가지 수정해나가면서 공간을 열고 들어가 노동자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민주노총이 낸 집회 신고는 모두 반려된 상태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를 윤석열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7.2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경수 위원장은 “민중들의 절규가 정부에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까지는 들리지 않는다면, 용산 집무실 앞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들을 향해서도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 중단시키고, 민생을 우선 챙기는, 재벌 대기업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부로 되돌려놓을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