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5학년까지 다녔던,
임하댐 수몰로 사라진 초등학교 동창회에 다녀왔네요!
50년도 더 지난, 그시절의 기억과 함께
세월의 흔적이, 삶의 무게가 배어나는 정겨운 얼굴들을
아련한 추억에 매치시켜보니~
도시락반찬으로 멸치볶음 싸오던, 정미소집 숙이는
여전히 부티나는 얼굴에, 6기통 큰차를 몰고왔고~,
학교인근 큰 기와집 살며, 우등상은 등기혀 놓고 받아가던,
방두개 부엌하나 초가집 사는 내의 우상 희야는
주식해서 한밑천 잡았다며 가난한 내를 끝까지 기죽이고~,
여학생 고무줄 빼앗아 새총 맹글던 석규는
정비공장 부도날꺼라며, 죽는소리 노래부르고 앉았고~~
짝지에게 눈깔사탕 건네며 시험지 컨닝하던
학교앞구멍가게 아들 식이는
마눌덕에 술집 사장한다며 목에 씸주고~~
한쪽 구석에서는
사업실패로 거금 부도내고 잠적한 인호보증섰다가
졸지에 빚쟁이신세 된 칭구들 진지한 대화중이기에
조용히 들어보니~~
성식이(초등샘) "농협에서 인호아부지 재산은 손도 안대고,
내 월급 차압하는 바람에~~"
성호(과수농) '말도 말어!!, 빚보증에 과수원 경매 넘어가는걸
땡빚내어 간신히 막아놨구먼!!
구경하던 내 "쩝쩝~~"
빵끄시~ 웃으며 내를 응시하는 시선이 있어
눈을 맞춰보니~~
50여년 세월동안 가끔씩 생각나던 내 라이벌 영숙이!!
구구단 못외워, 받아쓰기 50점 안돼, 산수계산 못하여
교실청소후 나머지공부(보충수업)는 내캉 한번도 안빠지던~
==영숙이는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윗마실에 살고,
우리집은 그동네 지나, 산넘어 십리를 더가야 했는데!!
영숙이는 내만 보면, 못잡아먹어 안달이었다요
하교길에 골짜기입구에서 지둘리다가,
자기 연필 내가 훔쳤는지 필통조사한다며,
어깨에 맨 책보를 빼앗으려,
내를 부둥켜안고 논두렁 뒹구는 바람에
내도 책보 안빼앗기려, 그녀를 끌안았는데~~
그녀의 보풀보풀한 나일론 옷감촉이!!
생전 첨 맡아보는 알싸~한 냄새가(나중에야 향수라는걸 깨달~)
얄궂은 모양새로 포개져 내 가슴을 짓누르던
말캉말캉한 그녀의 가슴근육이~~
그리고 내 국부에 전해지는, 기분 야릇한 그녀의 압박이~~
싸운날 밤이면,
어김없이 꿈에 나타난 그녀가, 또 시비를 걸었는데
잠에서 깨어나 보면 오줌 안쌌는데도
이상하게 신체일부가 축축해져 있는게~===
반가운 마음에 호젓한 구석으로 자리 옮겨
자네 생각 많이 했다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어보니~
살포시 웃는 그녀 "영감이 엄청 알뜰하여 잘 살고 있다"며
졸업하고 3년째 취직못해 빌빌거리는, 지애비 닮은 아들 보노라니
그옛날 얼굴 까맣고, 맨날 지각하고, 나머지공부 한번도 안빠지고,
아파리카 난민처럼 꾀죄죄하던, 내가 생각나더라나 !! 어쨌다나!!
나는 자기를 가끔씩 그리워해줬는데!! 쩝쩝~
근데 있잖아유!!
옛말에 부모팔짜 반팔자라더만
어릴적에 잘 살던 숙이는 여전히 잘살고
술도가 순자는 술도 잘먹고, 춤도 잘추고~~
엄마가 술장시하던 날나리 기현이는,
아직도 이지메들한테 약 잘팔고~!
더하여
늙어갈수록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닮아간다는 말이~
그옛날 부끄럼타서 말도 잘 못하던 촌녀ㄴ~ 아니, 촌소녀가
이제는 무지막지 철면피 아지메되야 그날은 내 보더만
“얘들아! 쟤 2학년때 교실서 오줌쌋는데
샘한테 혼나믄서 바지 흘러내려 내 그거봤데이!!”
내 속으로
‘한번 더 보이 줄 수도~, 원한다면 그 이상도~’
곰곰히 생각해보니
소중한 추억은 굳이 들추려 하지말고
고이 남겨 두었다가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되면
살포시 풀어보아야겠다는~
※ 추신 환갑을 맞이한 기수라며 알뜰히 챙겨주신
동문 여러분께 지면으로나마 머리숙여 감사인사 드립니다.
동문님들 언제나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