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가 야당이 주최한 연금개혁 전문가 토론회 끝무렵에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공무원 노조측은 한국 납세자연맹 회원과 일부 발제·토론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야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서둘러 만들겠지만 또다른 사회적 갈등을 우려해 당장 발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단은 새정치민주연합 공적연금 태스크포스(TF)와 민주정책연구원이 17일 공동 주관한 '공무원 연금 개혁방향을 위한 전문가토론회'에서 한국 납세자연맹 소속 회원 1명이 "발언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그전까지 공무원노조는 약 2시간 동안 침착함을 잃지 않았으나, 납세자연맹측의 발언에 "말하지 마!", "공무원이 (우리나라에서) 세금 제일 잘 낸다", "세금 얼마나 낸다고 까불고 있어" 등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결국 납세자연맹측은 회의 끝까지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화살은 일부 발제·토론자와 새정치연합에게까지 쏟아졌다. 박천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마포구청 지부장은 토론회의 주발제자였던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개혁안에 대해 "연금학회나 새누리당안보다 개악 폭이 크다"며 "GDP대비 공적연금 쓰는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높이면 재정문제도 안 생기게 된다. 재정문제가 아닌 복지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김진수 교수) 안을 들고 전문가 토론회를 하면 새정치민주연합도 못 믿게될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도 무산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으름장을 놨다.
김명환 한국노총 공무원연금대책위원장은 "공무원 애국심에 호소하기 전에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부터 월급과 연금을 덜 받으면 하위직도 고통 분담할 것"이라며 "학자분들은 곡학아세를 너무 하지 말라. 학문을 빙자해서 세상에 아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곡학아세는 상당히 모욕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그는 "독일 공무원들도 우리나라처럼 퇴직금이 따로 없는데 급여율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왜 그런지 살펴봐야 한다"며 "과거 외환위기 당시 세계은행은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개혁을 요청했지만 고쳐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세계은행은 '기로에 선 한국의 연금제도'란 보고서도 썼다"고 반박했다. 이에 일부 공무원 노조측 사람들은 "(윤 연구위원은) 독일과 우리나라의 급여 체계에 대해 알고는 있나"며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자기 주장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 주발제자인 김진수 교수는 "연금 제도를 제대로 가자고 하는 것에 대해서 (공무원노조도) 논의는 해야한다"며 "현재 연금액의 15%를 감액해서 상한액을 350만원, 하한액을 150만원으로 두자는 것은 개인 의견일 뿐이고 앞으로 이를 조정하도록 노력하라는 뜻의 발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일부는 고맙다는 메일을 보내고 일부는 욕을 했다"며 "공무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여야 공무원노조의 입장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야당의 공적연금 TF 위원장인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야당은 연금 하한선을 두는 것보다는 상한선을 두는 쪽에 더 고민을 하고있다"며 "야당도 연금개혁안을 만들고 있지만 TF의 솔직한 입장은 던지는 것(발표)에 대해 찬성이 아니다. 또다른 갈등 요인이 있기 때문에 발표 시점은 잘 판단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사회적협의기구가 만들어지면 (개혁)안을 안 낼수 없다"며 야당의 개혁안 발표 시점이 늦춰질 것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대부분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과 '하후상박' 원칙에 공감했으나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새누리당의 연금 개혁안을 적용해도 2030년쯤 보수총액대비 연금 나가는 돈이 약 10% 부족해진다"며 "여당의 (연금)개혁안은 약하다. 내년부터 연금 수급연령을 65세로 당장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은 "공무원연금 논의를 공적연금 전반의 논의로 확대해 최소한의 노후소득보장 수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며 "공무원연금으로 175만~262만원(올해 평균소득의 40~60%)을 보장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윤성환 기자 itys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