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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파면이라니?(글쓴이 허영구)
출 처 : http://gongmoow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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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이라니?
공무원노조의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에 대해 행자부장관은 노조핵심 간부를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소속 자치단체장에게 중징계를 요청했다. 중징계는 '해임'과 '파면'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공무원의 선거개입으로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데 대해 '탄핵'입장이다. 공무원인 노무현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제 공무원노조를 탄핵하겠단다.
지난 3.29국무총리를 지낸 소위 국가원로 13인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였는데 대표격인 남덕우 전 총리는 "나라 전체가 법(法)을 무시하니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한다. 면면을 보아 역대 정권에서 선거 시기 관권, 부정선거 시비의 핵심 책임자들이었을 텐데 이제 와서 법 타령이다. 그 동안 공무원들이 관권선거에 조직적으로 동원되어 왔던 과거사는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 모두 알고 있는 바다.
공무원노조는 반부패의 제도화와 내부고발자(whistle-blower) 보호, 즉 호르라기 분 조합원의 보호와 함께 호르라기 불기(노동조합)를 통해 공무원 사회를 자정하기 위해 출범하였다. 물론 공무원 역시 한 사람의 시민이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자유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공무원들에게 정치적 자유와 노동3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제 공무원노조가 보편적 세계사의 흐름이나 시대의 민주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부당한 제도에 맞서 온 몸으로 투쟁할 것을 선언하였다.
우리는 오래지 않은 시기에 공무원들의 몸부림을 기억하고 있다. 이문옥, 현준희 감사관의 공무원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 싸웠다. 그러나 이제 공무원노조가 조직적으로 이를 대신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공무원노조준비위 시절(1997.5) '깨끗한 공직사회를 위한 공무원의 역할'이라는 토론회가 있었다. 당시 해직 공무원이었던 현준희씨는 2500년 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과 노예를 구분하였는데 노예를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고등동물"이라고 했다면서 노조 없는 월급쟁이는 노예나 다름없다고 주장하였다.
공무원을 '특별권력관계론'(특별한 법률에 의해 권력 복종관계, 무제한의 권리의무)에서 보는 입장은 너무 오래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무원을 특별한 법에 예속시키려 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하는 노동3권이나 시민의 권리인 정치사상의 자유를 국가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으로 규제하여 왔다. 다만 정권유지에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이 법을 위반하여 이용하였다. 선언적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관건선거에 동원하였다. 명백하게 직무와 관련하여서다.
그런데 지금 4.15 총선에 임하는 공무원노조의 민주노동당 지지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 말하자면 그 동안 정권에 활용 당해온 공무원들이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자유이자 표현의 자유를 통해 정치선언을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하여 어느 특정정당의 선거에 개입하는 선거법 위반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너무나도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 전교조, 공무원노조가 밝힌 정치적 입장들은 그 동안 용감한 한 두 사람에 의해 공무원사회를 정화시켜 온 행동을 집단적인 호르라기 불기로 공론화 하였다. 여기에 새로운 참여민주주의와 정치개혁을 실현하겠다고 나선 정치세력이 '파면' 운운한다면 그나마 진전된 형식적 민주주의조차도 후퇴시키는 자승자박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구보수집단의 해괴한 법치주의가 대통령 스스로 탄핵에 이르게 되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억압해 온 터에 말이다. 그 동안 전교조나 공무원들의 투쟁에서 보여주듯이 그렇게 탄압한다고 없어지거나 굴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괜한 일에 국력 낭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탄핵을 결의하면서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외친 사람들이 오히려 어떻게 되었는가? 공무원의 파면(罷免), 그것은 탄핵(彈劾)을 말하고 공무원 노동자의 목을 치며 밥그릇을 빼앗겠다는 것인데 그러다가 자업자득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법이 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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