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공무원들, 연봉보다 최고 8배 뇌물 챙겨 도박판
【의정부=뉴시스】
"관급 공사를 둘러싼 구조적, 관행적 부패 고리를 차단해 줘서 오히려 고맙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한 건설업자가 검찰에서 털어 놓은 말이다.
4일 의정부지검 형사 5부는 공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의정부국도유지 건설 사무소 소속 7급 공무원 오모씨(44) 등 공사 감독관 3명을 특가법상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등 도박판을 벌이거나 뇌물을 주고 받은 공무원과 건설업자 등 모두 20명을 적발했다.
검찰 수사 결과 구속된 의정부 국도유지 건설 사무소 공사 감독관들은 공사와 관련해 착공부터 준공단계까지 거의 전권(全權)을 휘두르다시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특허 제품을 사용하도록 명시하고, 이 제품과 또다른 제품을 끼워파는 등 공사 업체에 부담을 준 뒤 뇌물을 받고서 슬며시 설계 변경을 해 주거나 공사를 낙찰받은 업체에게 특정 하청업체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하청업체 선정에 관여하기도 했다.
이같은 권력(?)을 이용해 공무원들은 4800만원~2억99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챙겨왔으며, 이들이 받은 뇌물은 7급 공무원 1년 연봉보다도 웃돌고, 많은 경우 무려 8배에 달하기도 했다.
공무원 신분으로 받는 급여는 단지 부수입에 불과했던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이같은 권력 앞에서 업체별로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2억 900만원까지 공무원들에게 뇌물로 제공해 왔다.
공무원들은 검찰에서 일부 뇌물에 대해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건설업체측 입장은 '되돌려 받지 못할 돈'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부하 직원 명의의 통장을 통해 뇌물을 송금받았으며, 몇차례에 걸친 돈 세탁도 벌였다.
또 도박자금의 경우는 도박판에서 뒷돈을 대주는 역할하는 일명 '꽁지'의 친.인척 명의 계좌를 통해 송금받아 사용하기까지 하는 등 지능적이며 대범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급 공사 금액의 일부는 공무원의 몫이라는 시민들 사이의 불신이 이 사건으로 일부 확인된 것"이라며 "이들이 공사와 관련해 거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면서 처음에는 적은 돈을 받아 챙기다 나중에는 직접 도박 자금을 요구하는 등 날로 대담해져 갔다"고 밝혔다.
장석범기자 sbjang@newsis.com